요즘 가전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편의를 제공하는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영화에서만 보던 최첨단 미래 사회가 현실이 되고 있는 AI 시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투한 AI 기술과 그것을 접목해 점점 발전하는 가전들. 앞으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왼쪽부터) 삼성전자 제트봇 AI, 코웨이 AIS 3.0 IoCare, 위니아딤채 위니아 웨이브 에어컨, 뱅앤올룹슨 베오 사운드, 뱅앤올룹슨 베오비전 하모니, 바디프렌드 퀸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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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깊숙이 침투한 AI 기술

최근 1~2년간 AI는 세상을 변화시킬 거대한 파도처럼 크고 거세게 몰아쳤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뉴노멀’과 일상의 위기를 사람 중심의 기술 혁신으로 극복하기 위해 AI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 AI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AI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디까지 바꿔놓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이는 드물다. AI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했고,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PB이자 《AI 퍼스트》의 저자 서재영 상무는 AI 기술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발전했으며, 이미 생활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고 말한다. “AI는 이제 우리 일상이 됐습니다. 인간에 의해 정의된 일만 할 수 있던 전통적인 소프트웨어에서 ‘멘털 파워’ 혁신을 거듭한 AI 기술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대화와 판단, 창작까지 이미 그 역량을 넓히고 있지요.” AI는 과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컴퓨터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던 일을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방식을 이용해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조합과 순열을 계산해 최상의 결정을 내리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우리 생활에서는 어떤 분야에 AI 기술이 적용되어 있을까?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 사용자라면 마치 나 자신보다 더 나를 잘 아는 것처럼 취향에 꼭 맞는 추천 리스트가 편하지만 놀랍기도 했을 것이다. 에이블리나 지그재그, 브랜디 등의 쇼핑 앱에서 평소 사고 싶었던 아이템이 먼저 뜨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는 모두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의 취향을 완벽히 파악한 AI 기술 덕분. 스마트폰의 안면 인식에도 실시간 3D로 얼굴을 분석하고, 변하지 않는 얼굴 속성을 파악하는 등의 AI 기술이 적용됐다. 자율주행 또한 도로 모양과 차선, 신호등, 표지판 등 운전할 때 접하게 되는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학습한 AI 기술이 필수적이다.
 

집안일로부터 해방을 꿈꾸게 하는 AI 가전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요즘, 가장 빠르고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AI 기술을 접목한 가전이다. 지난 1월, 온라인으로 열렸던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1’이 그 증거다. 세계 1950여 개 기업의 전시 출품작 중 1200여 건이 AI와 사물인터넷(IoT) 분야였던 것.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은 진화한 AI 기술이 이미 우리 삶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한다. “AI는 알고리즘, 머신러닝, 신경망 처리 등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술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요소가 돼 일상을 편리하게 돕고 있죠.” 그의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이 바로 CES 2021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삼성전자의 ‘제트봇 AI’다. 세계 최초로 인텔의 AI 솔루션이 탑재된 인공지능 로봇청소기로, 딥러닝을 기반으로 1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사전 학습했다. 덕분에 일반적인 사물에는 최대한 근접해 꼼꼼히 청소하고, 장애물은 거리를 둬 2차 오염을 방지한다. 기존 로봇 청소기는 청소 상태가 아쉽거나 장애물에 걸려뜻하지 않게 청소가 종료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면, 제트봇 AI는 청소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살림 일손을 덜어주는 가전을 ‘이모님’이라고 부르면서 환영을 하는 우리의 행복회로를 돌리게 만들어주는 가전 제품은 또 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ʼ는 인공지능과 IoT를 적용해 식재료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고, 식재료와 가족 구성원의 음식 취향을 바탕으로 최적의 식단과 레시피를 제안한다. 필립스 ‘스마트센싱 에어프라이어’는 AI가 식재료의 상태에 따라 온도와 시간을 자동 조절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준다. AI 덕분에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집안일을 척척 해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AI 기술의 발전이 불러오는 미래

AI 기술이 접목된 가전은 편의성에서 더 나아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발전하는 중이다. 매일 쓰는 안마의자가 주치의가 되어 나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질병을 예측해 이상 증상을 발견하는 즉시 알려준다면? 매니저처럼 내가 하루 동안 꼭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을 가늠해서 알려준다면? 이런 모든 상상이 AI 기술과 결합하면 가능한 현실이 된다. 실제로 바디프렌드는 생체 신호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수집된 빅데이터를 AI 분석과 연계해 안마의자가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되는 데 힘쓰고 있다. 코웨이 ‘AIS 3.0 IoCareʼ는 AI 기술을 적용해 날씨와 생활 환경 정보를 기반으로 적절한 온도의 물 음용을 안내하며, 개인별 일·월 단위 물 음용량 정보를 제공해 건강한 물 마시기 습관을 제안한다. 그런가 하면 AI는 더 나은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뱅앤올룹슨의 ‘베오비전 하모니’처럼 화질이 떨어지는 영상을 8K 수준의 화질로 업스케일링해주는 AI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TV나, 공간의 환경을 분석해 최상의 사운드를 찾아주는 스피커 등은 영상이나 음악을 즐기는 재미를 배가한다. 그러나 문득, 알면 알수록 우리가 사는 공간부터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 건강 상태까지 개인의 내밀한 정보를 AI가 학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개인정보 유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AI가 학습한 나의 개인정보가 오남용되는 일은 없을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법률 책임자 브레드 스미스의 말은 AI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요즘, 그에 못지않게 도덕적인 책임과 사회적 정의의 확립이 시급함을 상기시킨다. “기술에는 양심이 없습니다. 양심은 사람만 가지고 있죠. 기술은 결국 그것을 다루는 사람과 경험하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기술에 대한 적절한 통제와 원칙 또한 사람이 세워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