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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에세이] / 선과 선 그 사이에 / 오수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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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그림이 있는 에세이] / 선과 선 그 사이에 / 오수환, 화백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그림이 있는 에세이

 

선과 선, 그 사이에  

 

선(線)은 만남이며 헤어짐이다. 시작이자 끝이며, 한계이자 무한대이다. 또한 생(生)이자 멸(滅)이며, 파괴이자 창조이다. 이 역설적인 무정형의 언어는 역동적인 변화로의 이행을 시각화하며 강렬한 ‘무엇’으로 다가온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듯 명료해 보이지만, 가장 모호한 선들이 만들어내는 미적 공간과 시간, 그 독보적인 미학적 지평은 한국적 ‘추상표현주의’, ‘추상회화’, 동양적 ‘서체추상’의 대가 오수환 화백(1946~)이 50여 년의 세월 동안 구축해온 거대한 예술 세계이다. 

단단하고 두터운 시간의 지층에 새겨진 그의 예술적 충동과 열정, 집념과 몰입은 시원(始原)을 향한 상상력을 추동한다. 이러한 예술적 발산과 수렴을 통해 몸짓 그대로의 선율, 붓끝에서 탄생한 추상은 자유로운 상상력이라는 인식의 다리를 건너며 구체를 향해 현실에 조응한다. 늘 ‘인간 본성’과 ‘원시성’을 강조하며 묵묵히 자신만의 철학을 화폭에 묵혀온 그의 묵법과 필력은 선험적이며 실험적이다. 

 

“나의 회화에서 규정된 것, 확정적인 것, 부동의 진리는 부인된다. 생각하거나 계획하지 않으며, 추구하지 않는 상태에서, 의도가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언어화하고 고유한 경험으로 파악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 그렇게 궁극적으로 실현된 회화는 그 어떤 목적성도 없다. 거기에는 이데올로기나 연상 작용이나 그 어떠한 것도 틈입할 수 없는, 엉뚱함, 확장, 수축의 비설명적 순수회화가 있을 뿐이다.” (작가노트 中) 

 

‘무(無)’는 그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어이다. 이는  칸트의 미학적 관점인 “무관심성(Interesselosigkeit)”, “무개념성(Begriffslosigkeit)”, “목적 없는 합목적성(Zweckmäβigkeit ohne Zweck)”과도 맞닿아 있다. 그의 예술은 기본적으로 동양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긴 하지만, 동서양 철학에 모두 조예가 깊은 그는 양쪽을 아우르며 사색의 가지를 뻗어나가고 사유의 너비와 깊이를 확장해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어떤 철학과 사상도 그의 작품 앞에 먼저 서 있을 수 없고, 그것에 의해 규정될 필요도 정의될 당위성도 갖고 있지 않다.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서 고유성을 지니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무한의 세계에 공명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순수한 즐거움에 이르는 미적 태도이다. 그의 예술관처럼 무의식적으로 ‘자유와 해방’을 지향하는 것이다. 연작 <곡신(谷神)><적막><변화><대화>에서 그는 자유로운 예술적 여정을 담아냈다. 형식적 틀에서 벗어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유한에서 파생된 무한은 생에 대한 의지이자 실존이다. 여기서 변형은 원형을 향해 나아간다. ‘자연’이라는 원초적이고 언어화될 수 없는 근원을 탐구하며.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이성과 감성이 충돌하는 작품 속 에너지의 흐름은 색채를 품은 심상과 음률로 치환되어 생명력 넘치는 선의 미학으로 완성되었다. 절제된 화법(話法)으로 구사된 시적인 화법(畫法), 이로 빚어낸 작품은 한 편의 추상시가 되어 감상자의 내면을 파고든다. 비결정성의 언어로 채워진 그의 작품 세계와 마주한 이들은 누구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그 세계를 유희한다. 단순히 작품의 자장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품 그 너머로 시선을 옮기며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소통하는 것이다. 대자연에 흐르는 내재율을 따라 미음완보하며.  

 

글. 김신영 편집장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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