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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t 악스트
정기구독가[1년] :  60,000 원 48,000 (20%↓)
발행사
(주)은행나무출판사
정간물코드[ISSN]
2384-3675
정간물유형
잡지
발행국/언어
한국 / 한글
주제
문학,
관련교과
국어 (문학/작문/문법),
관련영역
언어,
발행횟수
격월간 (연6회)
발행일
홀수달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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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 Buch muß die Axt sein fur das gefrorene Meer in uns.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 프란츠 카프카
결국 우리에게 맨 처음은 카프카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도끼가 우리의 Axt가 되었습니다.
카프카의 저 문장이 우리들보다 『Axt』를 더 잘 설명해줍니다. 독서는 숙명이고 쓰는 것이 운명인 우리를 위해 도끼는 존재합니다.
자기 안의 고독을 일깨우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읽습니다. 아직도 책이, 문학이 그런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믿기 때문에 『Axt』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도끼는 무엇을 쪼개고 가르는 무기가 아니고, 자기 자신을 위해 가슴에 품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이기 위해 도끼를 들었습니다. 조금 덜 지루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책 읽는 것 좋아하고 글 쓰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끝까지 살아남은 책의 운명을 존중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들고 있는 도끼가 가장 먼저 쪼갤 것은 문학이 지루하다는 편견입니다. 『Axt』는 지리멸렬을 권위로 삼은 상상력에 대한 저항입니다.
우리는 매혹당하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나눌 수 있는 쾌락을 나누고 싶습니다.
『Axt』는 작가들을 위한 잡지가 되면 좋겠습니다. 독자는 물론, 소설가들끼리 활발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팔리지 않는 소설에 대해 소설가가 비난받는 세상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위로와 격려의 판이 되길 바라며 기꺼이 『Axt』를 내놓겠습니다.
문학은 그냥 즐거운 겁니다. 『Axt』가 쾌락을 위한 도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문학의 즐거운 도끼가 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오브제로서 매력도 갖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학을 시각적으로도 즐길 수 있는 도끼를 만들겠습니다.
우리는 불평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잡지가 뭔가 좀 근사한 구석이 있다면 그것은 편집장 백다흠씨의 솜씨와 은행나무출판사 주연선 대표님의 무한한 서포트 때문입니다. 도끼가 누구나 품을 수 있는 도끼이려면 이 두 분의 상상력과 희생을 믿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이제 도끼를 들고 춤을 추어도 좋겠습니다.
생각을 깨는 도끼,
얼어붙은 감정의 바다를 깨는 도끼,
『Axt』를 들고 말입니다.






 




정간물명   Axt 악스트
발행사   (주)은행나무출판사
발행횟수 (연)   격월간 ( 연 6회)
발행국 / 언어   한국/한글
판형 / 쪽수   185x260  /  260 쪽
독자층   일반(성인),
발간형태   종이
구독가 (12개월)   정기구독가: 48,000원,      정가: 60,000원 (20% 할인)
검색분류   문학/시/수필
주제   문학,
관련교과 (초/중/고)   국어 (문학/작문/문법),
전공   문학,
발행일   홀수달 초
배송방식   발행사에서 직접 배송 ( 첫호만 택배 나머지 우편 )
수령예정일   발행 후 3~5일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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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김혜순 슬픔의 형국에서0




● intro
“한 송이 꽃은 스스로 이름 지을 수 없어서 슬프다. 누군가 이름을 함부로 붙여줘서 슬프다. 마치 날짜로 붙인 전쟁의 이름처럼. 사건의 이름처럼. 6·25는 슬프다. 5·18은 슬프다. 4·16은 슬프다. 저 꽃 바깥에서 꽃에게 붙여진 이름은 슬프다. 그래서 장미는 슬프다. 저 기린 바깥에서 기린에게 붙여진 기린이란 이름은 슬프다. 그래서 기린은 슬프다. 나는 내 이름이 슬프다. 난 내 이름이 아니어서 슬프다. 명명받은 것은 슬프다.”
―김혜순, 「슬픔의 형국에서」 중에서

4월을 지나며 시인 김혜순은 슬픔을 보존하고 애통하는 일에 대해 썼다. 바깥에서 이름 붙여진 사건들의 슬픔을 보존하는 여성의 몸에 대해 썼다. 슬픔을 냉동고에 얼리고 그 얼음이 녹아서 집 안을 적실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에 대해 썼다. 흘러가지 않는 어떤 슬픔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도 그것의 곁을 영영 지키는 마음, 그 자리에서 불현듯 발화하는 언어들. 『Axt』 42호는 그러한 언어들에 자리를 만들어주며 그러한 언어들과 함께 간다.

● cover story
“소설이라는 장르는 작가가 마침표를 찍었을 때 완성되지만 독자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그 순간 또 한번 완성되는 것 같아요. 그 소설을 기억하고 마지막 페이지 너머를 이어가는 독자들의 또 다른 이야기들도 소설 안에 포함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조해진, 「cover story」 중에서

42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그 후’에 주목하는 소설가 조해진이다. 피해와 가해의 양 항으로 딱 잘라내기 어려운 사건과 매끄럽게 봉합되지 않는 상처들, 그 불완전성을 함부로 봉합하는 대신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인물에 대한 예의를 다한다는, 소설에 대한 그의 ‘단순한 진심’이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글자로 지면에 적혔다. 삶 속에 아름다운 것들이 실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작은 문을 열어두는 일,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를 기다리는 일. 그 소설가의 일이 이곳에 있다. 인터뷰는 소설가 강화길이 진행해주었다. 불안하고 쫓기는 듯한 시기에 조해진 소설가의 소설이 자신에게 ‘남아주었다’는 그의 고백은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조해진의 소설을 발견한 우리들의 고백을 대변하는 듯하다. 닫히지 않은 채 어디론가 열린 작은 문을 포착하고 또 그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시간, 두 소설가가 존중과 애정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눈 그 충만한 시간의 기록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 monotype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이번호부터 하나의 주제로 서로 다른 필자의 짧은 에세이를 싣는 monotype이 독자를 찾아간다. 첫 번째 주제는 ‘마라톤’이다. 시인 이우성과 소설가 정영수가 포문을 열어주었다. 운동 중에서도 장시간 자신을 투입해야 하는 운동인 마라톤은 일견 ‘쓰는 일’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쓰는 일과 뛰는 일 사이의 균형을 찾은 두 작가의 글에서는 쓰는 일 만큼이나 뛰는 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작가들을 사로잡은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몸을 움직이는 일과 마음을 움직이는 일의 같고 다름을 소개할 monotype에 독자들이 기대를 바란다. review에서는 백가흠 김성중 정지돈 김멜라 임선우 신종원 서이제 김연덕 8인의 필진이 2022년의 시작을 함께한 책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분야를 망라하고 독자들 앞에 도착한 책들이 5월, 따듯한 공기에 설레는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biography에는 최근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를 낸 소설가 김지연, 그리고 첫 장편소설 『근로하는 자세』를 낸 소설가 이태승의 에세이가 실렸다. 자신의 소설이 어떤 모양의 소설이 될지, 쓰기에 있어 나의 경험은 어떻게 글과 길항하게 될지. 작가로서의 고민이 담긴 에세이가 반듯한 문장을 입고 독자를 기다린다. 소설가의 고민과 그 경험에서 흘러나올 이들의 소설에 독자들이 계속 주목해주시기를 바란다. diary에는 2022년의 3, 4월을 보낸 시인 신해욱의 글과 사진이 실렸다.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4월을 지나며,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쓰인 일기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신해욱 시인의 다이어리 연재가 마무리된다. 그동안 시인의 눈에 포착된 일 년의 모습을 조심스레 나눠준 시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김흥구의 작업이 실렸다. 제주 해녀의 삶에서부터 4·3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통과하며 제주의 면면을 주목해온 작업들 중, 특히 4·3에 주목한《트멍》연작이다. 『VOSTOK』 편집장 박지수는 작품이 비춰내는 비극들이 우리에게 내미는 질문에 주목하길 요청한다. 그 질문들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고. 그 질문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므로, 우리는 사진 앞에서 우리를 되돌아보고 경이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 key-word * short story * novel
key-word에는 ‘도시괴담’을 주제로 릴레이 단편 연재가 진행된다. 소설가 전예진의 『베란다로 들어온』은 “귀신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는 도시괴담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거주 공간’과 ‘맞아들임’이 부딪히는 순간을 고민하게 한다. 소설가 이원석은 전 국민이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괴담 ‘빨간 마스크’에 주목하며 소설 『마스크 키즈』를 보내주었다. 그 시기를 겪은 ‘마스크 키즈’들은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그들은 여전히 빨간 마스크를 믿거나 믿지 않을까? 흥미로운 질문에서 시작된 두 소설이 독자들의 여름을 열어젖히는 도시괴담이 되길 바란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편혜영 구병모 정용준의 글이 실렸다. 편혜영의 『포도밭 묘지』에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 말미에 쓰인 “아무도 죽지 마”라는 문장에 이르는 순간, 소설을 통해 전해진 생의 모양이 온전히 우리의 몫으로 내맡겨진다. 구병모의 『Q의 진혼』에서는 도착해야 할 곳에 도착하지 못한 1의 행방에 대해 묻는다. 1과 0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에서 수신되어야 할 곳에서 수신되지 못한 메시지는 어디로 가는가, 그 잔여는 세계의 총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그것들을 삭제하거나 위령할 수 있는가. 언어로 쌓아올린 치열한 각축장이 독자 앞에 펼쳐진다. 정용준의 『스토리텔러』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온 ‘스토리텔러’가 등장한다. 실제의 삶보다 만들어낸 이야기가 더욱 진실에 가깝다는 그의 믿음은 가족을 이룬 뒤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를 써내려가기 시작하자 흔들리기 시작한다. 때마침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수신하기에 이르고 그의 혼란은 점차 커져간다. 독자들은 스토리텔러의 스토리와 그것의 이면에서 무엇을 찾게 될까? 여러분이 쓰는 독후감이 궁금하다. novel에는 두 편의 연재소설이 수록된다. 소설가 윤고은의 『불타는 작품』에서는 로버트 재단의 선택을 받은 한국인 작가 안이지가 배달 어플 일을 그만두고 로버트 재단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내용이 수록됐다. 그러나 꿈에 부푼 것도 잠시. 타지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곤혹과 마주하게 된다. 소설가 박서련의 『폐월閉月』에서는 두화의 밀고로 곤경에 처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곤경을 타파하기 위해 주인공은 어느 때보다 영악해진다. 우리가 쉽게 만나보지 못한, 윤리와 선악을 떠난 예외적 영웅상이 독자들을 매료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재소설이 주는 그 긴장감을 독자들이 함께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 table * ing * hyper-essay * colors
table에서는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따라가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삶과 질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두고 책을 출간한 곰출판사 대표 심경보 소설가 최유안 그리고 과학교사 이준호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먼저 알려진 이 작품을 물성이 있는 책의 층위, 서사의 층위, 과학의 층위로 다양하게 읽어낸 좌담의 내용이 지면을 통해 독자를 찾아간다. 책을 읽은 독자에게는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이번 좌담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ing에는 『사자를 닮은 소녀』를 번역한 번역가 손화수의 에세이가 실렸다. 1800년대 노르웨이라는 특수한 배경과 학문적 특수성을 가진 언어를 번역하기 위한 번역가의 애씀이 에세이 곳곳에 묻어난다. 하나의 글이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의 무수한 고민과 애씀에 새삼스런 경이와 감사를 느끼게 된다. 여성작가가 읽어낸 여성작가를 릴레이로 다루고 있는 hyper-essay에서는 우리에게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시인 장혜령이 다룬다. 오랫동안 문학과 저널리즘의 경계에서 평가되어온 그의 글을 읽어나가며 필자는 알렉시예비치가 목소리, 증언들로 세워 올린 벽돌을 더듬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에 우리가 초청받을 때 우리는 무엇을 듣고 어떤 자세로 그곳에 서야 할까. 여전히 많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 해외고전문학을 다루는 colors에서는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를 다룬다. 평론가 손정수는 ‘주홍 글씨’의 상징성이 사회에 수용되는 다양한 판본을 비교하는 한편, 『주홍 글자』로 함께 묶이기 시작한 「세관」과 「주홍 글자」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모색한다. 소설가 김종옥은 ‘주홍 글씨’라는 낙인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구분, 선과 악의 구분에 선행하는 행위에 집중하며 헤스터 프린이라는 인물을 읽어나간다. 주홍 글씨라는 강력한 은유를 통해 현재에도 생명력을 가지고 약동하는 소설에 붙이는 이 두 개의 글이, 고전의 에너지를 현재의 독자들에게까지 이어주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intro
김혜순 무한한 포옹0




● intro
“다시쓰기는 태어남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폭력을 비난하고, 억압과 침묵을 뒤집어엎고, 제국주의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원전을 희롱하는 직접적인 패러디를 넘어선 다시쓰기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다시쓰기는 다시쓰기라는 쓰기 그 자체가 화자가 아닐까, 그것이 주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바리의 노 젓기 같은 말하기. 침묵한 자가 침묵으로 말하는 것, 부재한 자가 부재로 말하는 것. 모두가 떠들고 있는데, 떠들지 않은 자의 말이 제일 크게 들리게 하는 것.”
―김혜순, 「무한한 포옹」 중에서

다시쓰기는 자기 자신을 부수고 스스로 낳고 기르려고 하는 몸짓, 그곳에서 문학이 탄생한다. 시인 김혜순은 이 다시쓰기의 자리에 여성의 문학을, 그리고 스스로를 다시 낳으려는 모든 사람의 문학을 불러온다. 모방으로 시작했으나 전복하고 다음으로 이행하는 글쓰기. 이 잡지에 담긴 모든 글을 각자의 방향으로 다시 써온 사람들의 흔적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글이 닿는 곳에서 또 하나의 다시쓰기가 일어나기를, 또 하나의 판본이 탄생하기를, 이 탄생의 계절에 함께 기도해본다.

● cover story
“언어와 언어 사이에는 틈새가 있다는 걸 일찍 알게 되었어요. 언어라는 게 굉장히 불완전하구나 깨닫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내 마음을 온전히 알아듣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데 너무 찾고 싶어, 그런 사람을. 처음엔 그런 마음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백수린, 「cover story」 중에서

41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언어와 언어 사이의 불균질한 틈새를 예민하게 감각하는 소설가 백수린이다. 그는 모국어라는 말 속에서 무화되는 무수한 차이들을 하나하나 살려내어, 우리 앞에 가져온다. 이국의 감각으로 언어를 낯설게 바라보면서 언어가 감춘 폭력을 밝혀내는 작업을 계속해온 그의 성실하고 꼼꼼한 기록이 이곳에 담겼다. 번역과 창작으로 언어 사이를 여행하면서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일, 문자 그대로 ‘어느 여행자의 사랑’의 기록이다.
인터뷰는 소설가 김유진이 진행해주었다. 창작과 번역, 그 깊은 두 골짜기를 함께 넘는 동료 소설가로서 동료 번역자로서의 공감과 고민을 나누어주었다. 언어의 괴리를 견디며 끊임없이 안쪽을 향해 안부를 묻는 일, 두 소설가의 목소리가 쉽게 끝나지 않을 여행길을 다정히 함께 걷는다. 그 무한한 사랑의 자리를 독자들이 함께 걸어주시기를 바란다.

● key-word * short story * novel
key-word에는 ‘관심종자’ 테마의 마지막 소설, 소설가 손원평의 「모자이크」가 수록됐다. 손이나 발, 신체의 일부만 등장하는 편집된 영상을 통해 존재하는 ‘나’ 목소리를 빌려, 소설은 현대사회의 관심이 어떻게 모이거나 흩어지는지를 주목한다. 관심의 대상인 ‘나’조차 통일된 존재가 아니라면 관심종자라는 말은 어떻게 성립될 수 있을까? 1인칭 화자의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따라 독자들도 조각난 거울의 미로 속에 들어와보길 바란다. 한편 ‘도시괴담’을 주제로 한 새로운 테마 연재도 시작된다. 소설가 조우리가 포문을 열어주었다. 그의 소설 「모르는 척하면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몰래카메라 이슈를 다룬다. 실체가 있기도 없기도 한 도시의 괴담, 그 근저에 놓인 공포와 불안에 대해 문학의 언어로 포착해보는 시도. 새로이 독자를 만나는 key-word ‘도시괴담’의 여덟 소설에도 독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바란다. short story에는 올해 신춘문예 당선자 소설가 김기태 함윤이의 글이 실린다. 젊은 시선으로, 그러나 누구보다 진중하고 단단한 무게감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두 신예 소설가의 근작이다. 독자들에게 내보이고 싶을 이야기가 가득한 두 편의 글, 「세상 모든 바다」, 「강가/Ganga」에 독자들의 눈길이 오래 머무르기를 바란다. novel에서는 세 편의 연재소설이 수록된다. 특히 소설가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은 이번 화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변종니파바이러스의 숙주 247, 자신의 발견을 관철하려던 병리학자, 양심적 처방을 하던 약사 L과 그 현장을 목격한 의사 K. 그들을 둘러싼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에 독자들을 초대할 수 있어 기쁘다. 7회의 연재 내내 멋진 세계로 독자를 데려다준 소설가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소설가 윤고은의 『불타는 작품』에서는 배달 알바로 생계를 잇던 성공하지 못한 한국인 예술가에게《캐니언의 프러포즈》의 작가, 강아지 로버트를 위해 설립된 로버트재단의 연락이 닿으며 이야기의 배경이 크게 달라진다. 그랜드캐니언에서 벌어진 사건을 단숨에 한국과 연결시키며, 이야기는 한층 더 흥미진진해진다. 소설가 박서련의 『폐월閉月』에서는 주인공의 비밀을 아는 의뭉스런 소녀 두화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된다. 주인공의 과거 행적을 알고 있는 듯한 두화는 마침내 주인공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건네는데……. 다음 연재를 기다리게 만드는 두 소설의 매력에 독자들도 함께 마음 졸여주시기를 바란다.

● table * ing * hyper-essay * colors
table에서는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차세대 작가로 떠오르는 사만타 슈웨블린의 소설 『리틀 아이즈』를 두고 번역가 엄지영, 편집자 양재화 그리고 소설가 이원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켄투키’라는 인형 모양의 반려로봇을 두고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이 소설은, 상품-되기와 상품-소유하기가 공존하는 현대의 사회상을 날카롭고 매력적인 상징으로 은유한다. 특히 번역가 엄지영은 이 소설의 독특한 화법을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특수성과 연결하여 설명하며, 번역에서 주안점으로 삼았던 것들을 공유해주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할 독자들뿐만 아니라 이미 소설을 접한 독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ing에는 러시아 최초의 커밍아웃소설, 미하일 쿠즈민의 『날개』를 번역한 번역가 이종현의 에세이를 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의 본문에는 번역의 불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필자는 이 부분을 반박하고 또 수용하면서 이 책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된 역사를 함께 훑는다. 러시아 퀴어소설이 세계에서 수용되는 다양한 양상까지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에세이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여성작가가 읽어 낸 여성작가를 다루고 있는 hyper-essay에서는 시인 장혜령이 프로젝트와 출판물의 경계를 휘젓고, 적는 자와 적히는 자의 구분을 흐리는 소피 칼의 독특한 작업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여성의 몸으로 수행한 것들에 대한 글과 쓰인 것들에 대한 수행을 담당하는 몸을 오가면서 새롭게 창출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 작업이 지금의 여성작가와 공명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해외고전문학을 다루는 colors에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를 다룬다. 평론가 손정수는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태인 지식인 츠바이크의 내력을 소개하고 그의 소설에서 드러나는 모티프의 원형을 밝히는 글로, 소설가 김종옥의 글은 ‘본질적인 빼앗김’이라는 측면에서 두 소설의 주인공이 겪는 상황을 재해석하는 글로 츠바이크를 읽어 내려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읽어간 두 개의 글은 독자들이 츠바이크를 읽으며 독자적 판본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review에서는 아홉 권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김성중 정지돈 김멜라 최유안 임선우 신종원 서이제 김연덕 보배 9인의 필진이 최근 함께한 작품을 독자들에게 건넨다. 서로 다른 취향과 관점으로 읽어낸 책 중에 2022년 3,4월의 독자들에게 닿을 글이 있기를 바란다. biography에는 첫 책으로 『은의 세계』를 낸 소설가 위수정의 에세이가 실렸다.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서 소중한 말은 점점 더 소중해지는 일. 어쩌면 그것이 소설가가 글을 쓸 때의 마음일까. 고심하여 길어올렸을 소설가의 고유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주시기를, 그리하여 더 많은 경계의 언어가 솟아나기를 기대해본다. diary에서는 2021년의 마지막부터 2022년의 시작까지의 시간을 통과한 시인 신해욱의 글과 사진이 실렸다. 안개와 눈과 파도. 흰 것들에 포위당한 ‘흰 일기’를 엿보며 시인과 함께 계절을 통과해보자.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김유자의 작업이 실렸다. 작은 존재들에 집중하여 그들이 생물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순간. 『VOSTOK』 편집장 박지수는 작가의 작품을 ‘삶의 목소리가 발화된 빛줄기를 애써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여 마주하는 장면들로 명명한다. 이미지와의 충돌 속에서 독자들에게도 순간의 빛줄기가 반짝이기를 기대해본다.






intro
김혜순 반복의 영웅, 반복의 거지0




● intro
“새해가 오면 생각하게 된다. 매년 새해가 오는데도, 생전 처음 새해를 맞이하는 것처럼 새 소망을 말하는 이 반복의 영웅들을. (……) 이 반복의 영웅들의 이름은 누가 다 기억해주나. 반복의 영웅이 아니라 반복의 거지인가. 반복으로 아프다가도, 반복으로 스스로를 치료하는 이 반복의 거지들. 반복으로 시간을 풀었다가 다시 감아쥐는 이 반복의 영웅들.”
―김혜순, 「반복의 영웅, 반복의 거지」 중에서

시인 김혜순은 ‘반복’이라는 키워드로 2022 새해의 첫 문을 열어주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고통받고 또 치료하는 일. 우리의 앞길에 고통스러운 일이 없으리라는 말보다 그 속에서도 우리는 치유할 것이며, ‘시간을 풀었다가 다시 감아쥐’리라는 그의 말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2022년, 당신도 문학 속에서 반추하고 또 나아가기를. 그리고 그 자리에 『Axt』를 함께 놓아주기를 바란다.

● cover story
“그 소설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제발 불을 켜라고. 불을 켜면 살 수 있다고. 그 말을 하려고 그 중편을 썼던 것 같아요. 저의 가장 어두운 소설들에도 항상 그런 순간들이 있어요. 그런 순간들의 빛이 없으면 저는 소설을 쓸 수가 없어요. 저에게 생명이 있으니까, 살아 있으니까 생명의 힘으로 그렇게 쓰고 있는 것 같아요.”
―한강, 「cover story」 중에서

신년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매번 사력을 다하는’ 소설가 한강이다. 생과 역사를 둘러싼 단단하고 차가운 어둠 속에서도 한 줌의 온기를 가진 문자들을 길어내는 일을, 그 사력을 다하는 일을 담당해온 그의 고요하고 청아한 목소리가 지면에 담겼다. 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그는 27년간 글을 써온 동력을 ‘생명의 힘’이라고 말한다. 고요한 중에서 간신히 체감하는 작은 박동, 그 미약하고 분명한 생명력에 귀 기울여 얻어낸 경탄의 글쓰기. 그것에 대해 말하는 바른 목소리를 이곳에 담았다.
인터뷰는 소설가 정용준이 진행해주었다. 한강으로부터 문학의 아름다움을 배웠다는 작은 고백에서부터 그의 소설 안에서 결기와 담대함을 본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존경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교차하는 질문들 속에 그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덕분에 소설가와 소설가가 글을 써나갈 동력을 주고받으며 작품에 대해, 소설 쓰는 일에 대해, 그 고요하고 핍진한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충만한 글이 지면에 실릴 수 있었다. 두 소설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기쁜 마음으로 2022년의 첫 커버스토리를 독자들에게 내보인다.

● novel * key-word
연재소설을 선보이는 novel에는 새해와 함께 소설가 윤고은이 합류한다. 그랜드캐니언에서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에서 촉발된 사건은 사진을 찍은 것이 의외의 존재라는 점이 밝혀지며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앞으로 1년간 독자를 찾아갈 「불타는 작품」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바란다. 소설가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은 최종화를 앞두고 있다. 그간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서 구성되던 247의 일대기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수렴하며 247의 목소리가 등장하기에 이른다. 지난 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소설가 박서련의 「폐월閉月」에서는 주인공이 거지 신분에서 벗어나 왕공(王公)의 양녀가 된다. 그러나 어느 날 그의 삶을 흔드는 목소리가 들려오며 갈등이 고조된다. 서사의 힘으로 밀고 나가는 연재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곁에 흥미로운 소재와 계속 읽게 만드는 흡인력으로 무장한 세 작품을 놓아둔다. 2022년 한 해 동안 여러분 곁에 두고 오래오래 따라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관심종자’를 주제로 릴레이 연재가 진행되고 있는 key-word에서는 변변한 근간도 없이 유튜버가 되겠다는 ‘관종’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서수의 「젊은 근희의 행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싶은 연예인과 게임 속에 숨겨진 자원을 둘러싸고 돌고 도는 이야기의 구조를 선보이는 서이제의 「출처 없음, 출처 없음.」이 독자를 기다린다. 두 편의 작품 모두 최근 우리와 가장 가까운 매체를 다루면서 그 안에서 ‘관심’이 어떻게 자원으로 활용되고 이동하는지를 흥미롭게 추적한다. 어쩌면 아주 가까운 이야기일 두 편의 소설을 즐겁게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 table * ing * hyper-essay * colors
table에서는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서사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수재나 클라크의 SF소설 『피라네시』를 두고 번역가 김해온, 편집자 조현주 그리고 소설가 황모과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판 번역을 직접 기획한 번역가의 이야기, 외국 판본을 어떤 방식으로 재현하거나 하지 않을지를 고민했다는 편집자의 이야기, 그리고 방대한 세계관과 특색 있는 도입부를 쓰는 일에 대한 작가적 고민 등, 책을 만들고 읽는 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렸다. SF에 관심이 많은 독자는 물론, 해외문학 출판과정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읽을거리가 있는 좌담이 될 것이다. ing에서는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의 실질적 완결편이라고도 불리는 『패주』를 번역한 번역가 유기환의 에세이를 실었다. 에밀 졸라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프랑스 사실주의 소설 번역에서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공유해주는 번역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번역은 정말로 반역인가’라는 질문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 정밀하고도 풍부한 에세이를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 여성작가가 읽어 낸 여성작가를 다루고 있는 hyper-essay에서는 시인 장혜령이 마르그리트 뒤라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격렬한 사랑의 충동으로 이야기를 혹은 존재를 밀고 나간 소설가의 이야기가 여성 작가에 의해 재조명되는 순간, 그곳에서 자유로움이 발생한다고 하면 어떨까. 독자들이 그 강렬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기 바란다. 고전 해외문학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읽는 colors에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다룬다. 헤밍웨이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주요한 역할을 한 이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읽어내는 평론가 손정수의 글과 하드보일드적 색채를 중심으로 읽어내는 소설가 김종옥의 글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서히 가까워진다. 두 편의 훌륭한 길잡이 글을 통해 독자들은 헤밍웨이에 도달하는 또 하나의 길을 알게 될 것이다. 그 길 위에서 고전과 2022년 현재의 독자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신년을 맞은 review에서는 여덟 권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김성중 정지돈 김멜라 최유안 임선우 신종원 김연덕 보배 8인의 필진이 2022년 새해의 독서를 결심하는 무수한 마음들 옆에 소중하게 읽은 책을 하나 두고 간다. 독서경험을 함께 나누며 2022년에도 서로 부추기고 더불어 풍족해지는 서재를 꾸리게 되길 바란다. biography에는 첫 책으로 『한 폭의 빛』을 낸 소설가 김수온, 『대가 없는 일』을 낸 소설가 김혜지, 『브로콜리 펀치』를 낸 소설가 이유리의 에세이가 실렸다. 첫 책의 무게를 감각하고 있을 소설가들의 앞날을 응원하며, 가만가만 눌러 적은 그들의 에세이를 독자 앞에 놓아둔다. diary에서는 시인 신해욱의 늦은 가을 한 철 보낸 이야기를 담았다. 마스크 속으로 차가운 습기가 맺히는 계절, 시인의 10월과 11월의 찬기 속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면 어떨까.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김재은의 작업이 실렸다. 30년 전 어머니가 입었던 파란 드레스의 주인을 찾는 이 아이러니한 프로젝트는, 무릎까지 오는 파란 쇼트 드레스에 어쩌면 그 옷의 주인이었을 중년 여성들의 몸을 담으며 기억과 그리움을 더듬는 작업이 되어간다. 이미지가 주는 강렬한 추상으로 감각을 확장하는 경험을 해주시기 바란다.






intro
김혜순 딸꾹질 전문가들0




● intro
“피나 바우쉬의 탄츠 테아터 〈Seasons March〉의 사계절 율동에서도 신사와 숙녀 춤꾼들이 살아 있는 나무가 아니라 통나무가 심겨진 정원을 일렬로 걸어가며, 단체로 딸꾹질하듯 한 번씩 전율한다. 그들은 상상적으로 계절을 표현하려 할 때마다 경련하듯 공기를 더듬는다. 연속적으로 흐르던 이 세상의 소리와 움직임이 그들에게서 방해를 받는 것 같다. 그들은 평탄하고 평안하게 존재하고자 하는 정상인들의 청각과 시각을 잠깐씩 괴롭힌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에는 폭력이 숨어 있었다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경련하는 존재들. 발작하는 존재들. 횡격막이 경련 끝에 수축을 일으키고, 성대가 닫히면서 소리가 참지 못하고 터져나온다.”
―김혜순, 「딸꾹질 전문가들」 중에서

intro에서 시인 김혜순은 평안하게 존재하는 세계에 불현듯 나타나는 딸꾹질의 순간을 주목한다. 움츠러드는 신체와 그때 터져나오는 발작적인 소리와 같이, 문학의 언어는 기존의 평탄한 언어에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021년의 마지막 『Axt』는 움츠리거나 돌출하는 움직임과 소리를 기록했다. 여러분의 귓가에도 어느 기울어진 틈에서 가까스로 터져나오는 소리가 들리기를 바라면서.

● cover story
“여성은 여기저기 놓여 있는 물건처럼 파편화되어서 있는데, 남성은 역사를 소유하고 있고, 그 중간중간 물건으로서 장식품처럼 여자가 들어가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싫었어요. 관계성이 없다는 게. 여자들 사이에서. 그게 싫었고. 제가 좋아했던 서사는 항상 여성들이 관계 맺는 것들. 서로를 사랑할 수 있고 미워할 수 있고 싫어할 수 있고 멀어질 수 있고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런 게 항상 재밌는 거예요. 나도 그런 걸 써보면 좋겠다. 재미있으니까.”
―최은영, 「cover story」 중에서

cover story 인터뷰이는 최근 『밝은 밤』으로 독자를 찾은 소설가 최은영이다. “저에게도 용감한 부분이 있고 약한 부분이 있어요”라고 고백하는 그를 닮은 그의 소설은 ‘서정적이며 사려 깊은 문장’으로 마음속에 있는 단단한 슬픔을 비춰낸다. 그 무르지만 곧은 빛에 마음의 깊은 곳을 비춰볼 용기를 얻은 독자라면, 차분하게 이어지는 인터뷰 속에 담긴 두려움과 용기어린 고백과 선택들로부터 희미하지만 분명히 그곳에 있는 빛의 온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는 소설가 손보미가 진행해주었다.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한 두 소설가의 대화는 기억해야 하는 일을 기억하는 일, 이야기해야 하는 일을 이야기 하는 일에 이르러 결국은 ‘쓰기’에 당도한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일, 그 용기가 필요한 일을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함께해준 두 소설가의 이야기가 더 많은 독자에게 가 닿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key-word * short story * novel
‘관심종자’를 주제로 테마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key-word에는 소설가 한정현 임선우의 소설이 실린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이야기 곳곳에 배치해두면서, 음식과 함께 ‘텐션’의 순간을 포착하는 한정현의 소설과, ‘해파리 되기’라는 새로운 현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임선우의 소설이 여러분을 기다린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정이현 염승숙 정한아 김성중의 글이 나란히 실렸다. 서로 다른 거대한 사건을 겪고 삶의 길목에서 마주친 두 인물을 그리는 정이현의 「그 밖의 사람」, 지금 이 순간 가장 첨예한 삶의 공간 문제를 다룬 염승숙의 「믿음의 도약」, 죽은 소설가의 작업실에서 숨통을 틔는 법을 알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정한아의 「일시적 일탈」, 물에 잠긴 잠수교라는 특별한 공간에 한시적으로 접촉되는 인물들을 통해 비현실과 현실을 겹쳐두는 김성중의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평온한 현실 속에 돌출된 지점을 지목하는 네 명의 소설가의 서로 다른 목소리에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novel에는 소설가 황현진의 「곽」 최종화가 실린다. 오원도 선생님의 이야기는 마침내 마무리되고, 남아 있는 병원은 마치 옥산 그 자체였다는 듯 혼란에 휩싸인다. 작품을 연재해준 소설가와 함께 따라 읽어온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 마지막 순간에 기쁜 마음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대단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소설가 김희선의 「257의 모든 것」 역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독자를 맞이한다. 약을 구하러 온 남자의 사연이 드디어 공개되고 사건은 점점 실마리를 잡아간다. 돼지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가상의 현장이 우리에게 주는 소설적 충격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257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편 소설가 박서련의 「폐월閉月」이 독자들에게 그 첫 이야기를 선보인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난 혼란의 후한 말기를 살아내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연재될 박서련의 작품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바란다. 이번 『Axt』는 어느 때보다 많은 소설들로 독자를 만난다. 책장에 넣어두었다가 쌀쌀한 바람이 부는 긴긴 겨울밤마다 꺼내 읽어주시기를, 그리하여 여러분의 겨울이 소설로 가득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 table * ing * hyper-essay * colors
이번 호 table에서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테사 톰슨·루스 네가 주연의 영화《패싱》의 원작인 넬라 라슨의 『패싱』을 다뤘다. 작품에 대해 번역가 서숙, 편집자 박혜진, 소설가 박선우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20년대를 배경으로 피부색이 상대적으로 밝아 백인으로 ‘패싱’될 수 있었던 두 흑인 여성의 서로 다른 삶을 다룬 이 소설은 여러 소수자 문제를 직면한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심도 깊은 대담과 더불어 책 출간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아 담았다. 번역가 최성은의 글로 오랜만에 돌아온 ing에서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번역기를 들려준다. SF라는 장르에 대한 오해나 중역으로 생겼던 여러 곡절들과 더불어, 소수언어권으로 칭해지는 폴란드어권 번역을 해오며 느낀 번역의 일에 대해 적은 문장들이 번역 환경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되어 놓여 있다. 여성작가로서 여성작가를 조명하는 시인 장혜령의 hyper-essay에서는 차학경을 다룬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여성 차학경이 겪었을 언어의 불화, 그리고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다층적 이미지의 충돌을 주목하면서 장혜령은 ‘그녀가 허용한 타인들이 무엇이었을까’를 질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언어를 읽으며 일상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가 충돌하는 지점을 발견한 우리는 어떤 이미지의 연쇄를 얻게 될까? 독자 각자가 문학언어에 대해 내린 답이 궁금하다. colors에서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다뤘다. 평론가 손정수와 소설가 김종옥은 각각 메리 셸리의 다른 소설 「마틸다」와 영화《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냈다. 어두운 겨울밤, 두 필진이 겹쳐놓은 텍스트와 함께 인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review는 여섯 명의 필진 정지돈 김멜라 최유안 신종원 김연덕 보배와 함께한다. 이번 호 리뷰에는 특히 해외문학 작품이 옹기종이 모여 있다. 형식을 파괴하는 작품부터 고전적인 양식의 작품, 시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독자들이 원하는 이 계절의 문학을 집어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첫 단행본을 낸 작가들을 만나보는 biography에서는 『장식과 무게』를 쓴 소설가 이민진과 『다시 나의 이름은』의 소설가 조진주의 글이 실렸다. 설레임과 혼란, 그리고 끝나기는커녕 오히려 시작된 질문들 속에 문학을 향한 마음이 묻어난다. 독자들이 이 두 소설가의 작품을 눈여겨봐주시기를 바란다. diary에는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예감한 시인 신해욱의 일기가 수록됐다. 백신 접종과 함께한 팬데믹의 나날들, 그리고 그 일상과 비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순간이 겹겹이 놓였다. 급격하게 날씨가 쌀쌀해지기 직전, 그 선선한 계절의 온도를 독자 여러분의 서재에 불러오는 일기가 되어줄 것이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구본창의《Objects》가 실린다. 선물 상자에서 선물 대상 물체가 사라지고 남은 빈자리 등을 조명하는 이 연작은 존재와 부재, 그리고 그 남겨진 자리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담담하게 그 자리에 있어 없음을 증명하는 것들, 그 고요한 순간이 마음에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intro
김혜순 불안의 것 002

review
김성중 리처드 매시슨 『리처드 매시슨』 020
정지돈 귀스타브 플로베르 『감정 교육』 024
최유안 알리나 브론스키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029
이민진 제프 다이어 『그러나 아름다운』 034
임선우 카먼 마리아 마차도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038
신종원 서이제 『0%를 향하여』 043
서이제 신종원 『전자 시대의 아리아』 047
보 배 오테사 모시페그 『내 휴식과 이완의 해』 051

cover story
구병모 + 김멜라 그게 더 강하고 용기가 필요한 세계관 같아요 056

biography
서장원 제로 디그리 086
황지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092

key-word
장희원 남겨진 사람들 102
장진영 첼로와 칠면조 118

diary
신해욱 폭염 일기 134

insite
류준열 부재의 아카이브 148

table 거트루드 스타인 『세 명의 삶\Q. E. D.』
조우리+이성옥+김보미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170

critic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향수(鄕愁)를 읽다 202

hyper-essay
장혜령 경계가 시작되는 경계로―다와다 요코 212

colors 필립 로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손정수 삶과 소설, 혹은 자서전과 전기 사이에 놓인 작가 224
김종옥 춤을 멈추는 것에 대해서 230

short story
박민정 약혼 238
박상영 보름 이후의 사랑 256

novel
김희선 247의 모든 것(5회) 284
황현진 곽(7회) 300

outro
강화길 322




● intro
“그렇지만 나에겐 내 얼굴에 글씨를 쓰는 여자가 있다. 나는 그 감촉을 기억한다. 차가운 먹이 얼굴에 닿는 느낌. 검은 감촉. 아주 작은 새가 내 얼굴 위에서 걷는 것 같은 글자들의 발자국. 간혹 잉크 방울이 내 목을 타고 내린다. 귓바퀴로 떨어진다. 마치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인간이 흘리는 마지막 눈물처럼. 혹은 내 얼굴이 미세하게 절개된 다음 사선으로 번져나오는 피처럼. 글자를 쓰는 저 여자는 미래다. 미래가 시간을 거슬러 나에게 침범했다.”
―김혜순, 「불안의 것」 중에서

intro에서 시인 김혜순은 쓰는-여성으로서의 불안에 대해 말한다. 저편 어디선가 재차 이편을 넘어다보는 불안,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불안. 그 불안의 자리에서 먹물이, 잉크가 소환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존재의 불안에 기대어, 우리는 이곳에 문학의 장을 연다. 과장하거나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솟아나오는 이야기를 여기에 놓아둔다.

● cover story
“그건 이를테면 죽어가는 말들에 대한 제 나름대로 애도의 표시에 해당합니다. 또한 당신의 눈에 안 보이는 것, 당신이 본 적 없다고 해서 그게 없는 게 아니다. 당신이 그 말을 ‘생전 처음 보는 것=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저는 그 말들의 죽음을 앞당기지 않겠다. 그러니까 쓸 수 있는 한은 써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요.”
―구병모, 「cover story」 중에서

cover story 인터뷰이는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세계를 독자에게 보여주는 소설가 구병모이다. 인터뷰 내내 ‘제가 이렇게 현실적이에요’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그는 독자들의 기대 너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때로는 지독히 현실적이어서 잔인하기까지 한 세계를 이야기하면서도, ‘어딘가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그의 목소리에 함께 매료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인터뷰는 소설가 김멜라가 진행해주었다. 바늘, 노동, 피부, 날개, 꿈이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를 통해 구병모의 소설을 읽어낸 그는, 날카로운 통찰 속에 숨겨진 따스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더 강하고 용기가 필요한 세계관’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가 알려준 다섯 개의 키워드를 통해 우리는 ‘구병모 월드’의 일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해 cover story는 화상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이전과 다른 플랫폼의 온라인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해준 두 소설가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critic
『Axt』 38호에 특별 기고된 글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엑스 마르세유 대학의 전 교수이자, 프랑스에서 한국문학 번역에 앞장서고 있는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가 소설가 이승우의 『캉탕』을 읽고 그 리뷰를 보내주었다. 번역에는 번역가 최애영이 힘을 보태주었다. 그간 한국문학을 번역하여 프랑스에 알려온 드크레센조는 ‘캉탕’이라는 공간을 유배와 향수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읽어냈다. 이번 특별 기고를 통해 국내 소설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이방에서 바라보는 ‘한국문학’에 대한 감각을 독자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무척 기쁘다.

● key-word * short story * novel
이번 『Axt』는 무엇보다 풍성한 소설들로 여러분을 찾는다. “관종이라는 말은 좀 그런가요?”를 주제로 테마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key-word에서는 소설가 장희원 장진영의 소설이 실린다. ‘관종’이라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태에 대해 두 젊은작가가 만들어낸 재기발랄하며 한편 묵묵한 수행의 장면이 무척 흥미롭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박민정 박상영의 글이 실렸다. 공교롭게도 두 소설가는 각각 ‘약혼’과 ‘동거’라는 사회적 결합의 순간을 고찰하는 소설을 보내주었다. 이 같음과 다름 사이에 서로 다른 문학의 아름다움이 놓여 있다. novel에서는 소설가 김희선과 황현진의 소설이 연재된다. 코로나 시국을 통과해오며 ‘니파 바이러스’라는 소재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상상하게 한 김희선의 「257의 모든 것」은 드디어 거대한 비밀의 일부가 드러나는 고해의 순간에 이르렀다. 시한부 환자의 시점으로 바라본 옥산의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는 황현진의 「곽」 역시 가까워오는 끝을 생각하게 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재와 연결되기를 원하는 소설들이 무엇보다 독자와 연결되는 지면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table * hyper-essay * colors
해외문학에 대한 글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근래 출간된 해외문학 작품에 대해 번역가, 편집자, 소설가가 함께 이야기해보는 table에서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세 명의 삶\Q. E. D.』로 이야기를 나눴다. 거트루드 스타인이라는 이름은 유명하지만 그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다. 출간에 있어 관심과 애정 그리고 어려움이 공존했으리라 짐작할 만하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번역가 이성옥, 편집자 김보미 그리고 소설가 조우리가 함께 나눴다. 퀴어 당사자 작가가 쓴 퀴어문학을 퀴어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다뤘다는 점이 무척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름의 유명세를 넘어 독자들이 거트루드 스타인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여성작가로서 여성작가를 조명하는 시인 장혜령의 hyper-essay에서는 지난 첫 연재의 아니 에르노에 이어 경계의 언어를 구사하는 다와다 요코를 다뤘다. 단어와 단어가, 장소와 장소가 부딪히는 다와다 요코의 소설을 헤메이면서 그는 자신의 경험에 잇대어 언어의 경계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의 경험이 독자에게도 하나의 경계를 열어젖히는 또 다른 언어가 되어줄 것이다. colors에서는 필립 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다뤘다. 평론가 손정수와 소설가 김종옥이 각각 필립 로스라는 인물과 공산주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글을 풀어냈다. 가까우면서도 먼 것처럼 느껴지는 필립 로스라는 하나의 산을 오르는데,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정표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review * biography * diary * insite
review는 여덟 명의 필진, 김성중 정지돈 최유안 이민진 임선우 신종원 서이제 보배와 함께 돌아왔다. 해외문학과 국내문학, 고전과 신간을 아우르며 독서의 재미를 공유한다. 가을의 초입에서 언젠가 우리 손에 놓일지도 모르는, 먼저 읽은 독자의 추천도서 목록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첫 책으로 독자를 만난 소설가 서장원과 황지운의 글이 biography에 소개된다. 단편 속 주인공 해경과 대담을 나누는 서장원의 글과, 고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황지운의 글은 내부와 외부에서 발원하여 각각 그들의 소설에 닿는다. 우리에게 당도한 그들의 소설집 역시 외부에서 내부로, 그리고 다시 외부로 이동하며 우리의 마음에 긴 궤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그들의 행보를 함께 응원한다. 가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diary에서는 시인 신해욱이 폭염 한복판을 견뎌온 이야기를 건네주었다. 폭우와 폭염, 그리고 우리의 8월을 함께 달구었던 양궁 국가대표와 〈킹덤 : 아신전〉의 이야기까지. 시인이 살짝 열어 보여준 여름의 모습을 독자들도 무한한 공감으로 함께 읽어주길 바란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는 사진작가 류준열의 〈부재의 아카이브〉가 실렸다. 철거된 아파트의 여러 모습을 기록한 이 작품에 대해 『VOSTOK』의 편집장 박지수는 ‘영정사진’과 ‘증명사진’을 떠올리게 한다고 적었다. “아파트의 마지막 포즈를 목격하는 사진과 이곳에도 삶이 있었다고 증언하는 사진”, 그 존재의 기록을 독자들도 함께 목격해주시기를 바란다.






intro
김혜순 무한의 미장아빔 002

review
김성중 디디에 에리봉 『랭스로 되돌아가다』 020
최유안 율리 체 『새해』 026
민병훈 오한기 『인간만세』 030
전예진 윤성희 『첫 문장』 034
백은선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스페인 여자의 딸』 038
안미옥 황현진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 043
보 배 김청귤 『재와 물거품』 048

cover story
윤성희+강화길 오오오래 읽고 싶은 이야기 054

biography
이나리 죽고 싶고, 먹고 싶고, 자고 싶고 094

key-word
김홍 포르투갈 102

diary
신해욱 초여름 일기 122

hyper-essay
장혜령 존재에 구멍을 뚫는 쓰기 ― 아니 에르노 134

insite
윤태준 Low Quickdraw / Middle Turn 144

table 로이 야콥센 『보이지 않는 것들』
위수정+공민희+이정헌 파도가 깎아놓은 해안선처럼 160

ing
이경진 무거움과 가벼움 190

colors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손정수 글쓰기의 자의식으로부터 추출된 특별한 성분의 이야기 200
김종옥 오직 ‘부재’의 형식으로 206

short story
이기호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도래할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문학 분과를 중심으로) 210

novel
박연준 여름과 루비(최종회) 230
김희선 247의 모든 것(4회) 244
황현진 곽(6회) 260

outro
손보미 286



● intro
“두 개의 거울이 만나면 무한이 번식한다. 두 개의 거울은 사악한 시간처럼 끝없이 나를 창발한다. 나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한하게 영속하는 거울의 복도를 바라보며 이 전염병의 시간이 무한하게 영속할까봐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것뿐이다. 우리가 유한한 이 생 안에서 무한을 체험해보는 것은 이 방법뿐이다. 나와 나를 비추며 사라지는 거울의 배치. 우리는 우주의 끝을 모른다. 죽음 이후를 모른다. 우리는 단지 거울 두 개로 두 무한이 마주하게 할 수 있다. 이것으로 무한을 봐야 한다.” ―김혜순, 「무한의 미장아빔」 중에서

『Axt』 37호는 시인 김혜순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거리두기로 인해 반복되는 매일 매일이 무한처럼 여겨지는 날들 속에서 우리의 유한을 살아나가는 방법으로서의 문학. 그 자리에 지금의 『Axt』가 함께 놓이기를 기대한다.

● cover story
“나는 주인공이 힘들 때 우연히 만난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는 것. 주인공이 힘들 때 우연히 본 풍경에 마음이 녹는 것. 그런 순간을 좋아해요. 그 순간, 주인공 이야기와 타인의 이야기가 포개지는 느낌이 들고. 나는 그런 이야기 방식이 좋아요. 그리고 사람은 결국 그런 식으로 성장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윤성희, 「cover story」 중에서

37호 cover story 인터뷰이는 ‘오오오래 읽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아온 소설가 윤성희이다. 유머를 잊지 않으며 변화하는 방향으로 강약약이나 중강약약을 지키며 소설을 써왔다는 그의 이야기는, 다정하기 위해 더욱 단단해지는 그의 문장을 닮아 있다. 마음의 형상이 쉬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위안을 주는 한편 삶의 작은 변화도 민감하게 감지하며 애쓰기를 멈추지 않는, 그의 소설처럼 고요한 생명력을 지닌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인터뷰는 소설가 강화길이 진행해주었다. 그는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에 집중했던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다음은? 그리고 그 순간, 그 이야기가 바로 윤성희의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소설이 보여주는 현실감, 아주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 그리고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하는 힘. 그가 사로잡혔던 소설의 힘에 대해 두 소설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사이에는 더불어 어른이 되어가는 일에 대한 무르지만 그래서 더 비장한 목소리가 공명한다. 독자들이 이 이야기를 ‘오오오래’ 기억하게 되길 바란다.

● key-word * diary * hyper-essay
새로운 필자로 독자를 만나는 꼭지들이 있다. 작년에 ‘여성서사, 고딕-스릴러’로 독자를 만났던 key-word에서는 ‘관종’을 주제로 작가 여덟 명의 소설을 릴레이로 싣는다. ‘관심 종자’의 줄임말인 관종은 지나치게 관심을 받고 싶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정도의 사람들을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집단이 가지고 있는 기준을 공격하고 재점검하게 하기도 한다. SNS 시대를 맞이하여 새롭게 재정의 되고 있는 관종을 주목하며 아직 규명되지 않은 이 복잡한 메커니즘을 문학의 언어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 첫 작품은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디테일로 자신만의 소설 세계를 만들어온 소설가 김홍이 열어주었다. 앞으로 이어질 “관종이라는 말은 좀 그런가요?” 릴레이 수록에 독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바란다. 작가의 내밀한 일상을 사진과 에세이로 담아온 diary에서는 시인 신해욱이 새롭게 독자를 만난다. 초여름의 공기 속에서 시인이 포착한 생의 경계들, 그리고 그곳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이 계절의 한 자락이 더욱 선명하게 자리매김 될 것이다. hyper-essay에서는 시인 장혜령이 여성 작가의 작품을 읽고 글쓰기로써 그에 화답한 기록을 담는다. 그 첫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칼 같은 글쓰기로 재현하는 아니 에르노이다. 여성의 몸으로 밀고나간 문학의 발자취를 레퍼런스 삼아 지금, 이곳의 여성작가가 엮어나가는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

● review * biography * insite
언제나처럼 독자의 곁에 머무르는 꼭지들도 있다. review에서는 김성중 최유안 민병훈 전예진 백은선 안미옥 보 배 일곱 명의 필진이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한다. 2021년 하반기를 시작하며 독자들의 독서 리스트에 새로운 책들이 추가되기를, 그리하여 이들이 겪은 문학적 경험이 또한 독자들의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신예작가의 에세이를 싣는 biography에는 소설가 이나리의 글이 실린다.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던 순간, 등단 소식을 접했던 순간, 그리고 첫 소설집을 내던 순간. 처음의 기억들 사이를 이어주는 힘을 돌이켜보는 작가의 문장을 통해, 독자들은 소설가가 가려는 길을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 더 나아가서는 그의 행보를 묵묵히 응원하고 싶어질 것이다. 사진잡지 『VOSTOK』와 함께하는 insite에서는 오브제에 대한 촬영과 3D 프로그램 가공을 병치하며 사진과 그래픽의 경계를 흩트리는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 윤태준의 작품이 실렸다. 시각이 주는 혼동 속에서 우리에게 사진을 사진이라고, 그래픽을 그래픽이라고 믿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사유해주시길 바란다.

● table * ing * colors
최근 출간된 해외문학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table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노르웨이의 작가 로이 야콥센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뤘다. 번역가 공민희, 편집자 이정헌, 그리고 소설가 위수정이 바다와 투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다룬 이 작품을 읽는 서로 다른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소설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함께, 또 각자 페이지를 넘긴 일과 더불어 이 소설을 만드는 데까지 있었던 재밌는 일화가 함께 실렸다. ing에는 제발트의 비평집을 번역한 번역가 이경진의 에세이가 실린다. 제발트와 더불어 제발트가 아꼈던 문인들의 문장을 함께 번역해 나가면서, 서로 다른 문장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번역가의 노고를 짐작하게 하는 에세이이다. colors에서는 리얼리즘 소설의 시작이라고도 불리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평론가 손정수와 소설가 김종옥이 함께 읽는다. 플로베르의 삶과 구사하는 언어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마담 보바리’를 둘러싼 논쟁과 각색된 영화에 이르기까지, 『마담 보바리』의 외부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 손정수의 글은 『마담 보바리』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한편 소설이 구현하고자 하는 ‘사실’이 무엇인가에 집중하여 소설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는 김종옥의 글은 『마담 보바리』이 가진 ‘리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근간에서 고전까지, 지면을 채운 해외문학이 더운 여름 봉쇄된 국경을 넘어 이방의 문학을 탐방하는데 유용한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 short story * novel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소설도 함께 도착해 있다. short story에는 소설가 이기호의 소설이 실렸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라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소논문의 형식을 취한 이 소설은 코로나 시대 문학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유쾌한 소설적 사실이 혼재되어 있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도발적인 소설의 세계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novel에서는 작가 박연준의 「여름과 루비」가 연재를 마무리한다. 정직하고 그렇기에 잔인한 아이들, ‘나’와 루비의 관계는 여름의 언덕에서 어떻게 마무리될까. 그 마지막 순간을 함께 읽어주시길 바란다. 소설가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정체 모를 알약이 발견된 내막과 247의 관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황현진의 「곽」은 새로운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제일사랑병원의 환자, 오원도가 바라본 세상이 독자들 앞에 펼쳐진다. 서로 다른 밀도로 채워진 소설들과 함께 독자들의 여름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출처] Axt 악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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