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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월간 디자인 Design




발행사 :   디자인하우스
정간물 유형 :   잡지
발행국/언어 :   한국 / 한글
주제 :   미술/디자인,
발행횟수 :   월간 (연12회)
발행일 :   전월 26일에 발행되고 27일에 발송됩니다
09월호 정기발송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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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더 북 the Book   2019년 10월


특수 제작 아크릴 케이스 안에 양장본으로 선보인 블랙. 



블랙의 내지는 지오메트릭한 레이아웃을 통해 선 굵은 블랙의 이미지를 주었다.


힌트 페이지를 넘기면 만날 수 있는 블랙 카드.

현대카드 더 북
기획·디자인 현대카드(대표 정태영) 디자인랩(안성민 실장·이경하 팀장, 박진효·이두남·안진영·조선 선임 디자이너)
디자인 협업 메이드 소트(대표 벤 파커Ben Parker·폴 오스틴Paul Austin), madethought.com
콘텐츠 협업 조너선 오픈쇼 jonathanopenshaw.com
종이 소재(표지/내지) 레드(자체 개발 홀로그램 필름/랑데뷰 울트라화이트 130g), 퍼플(자체 개발 원단/반누보 내츄럴화이트 122g), 블랙(플라이크 블랙/시리오 울트라블랙 115g)
판형(3권 모두) 170×238mm
인쇄 세원정밀인쇄(차장 이원희), 오성피엔에이(대표 박병열)
프로젝트 기간 1년 6개월

사람들이 ‘언박싱’ 과정을 즐기는 이유는 박스를 받고 뜯는데서부터 이미 제품에 대한 경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 패키지의 접착 테이프 하나, 스티커 하나까지 수없이 디자인하고 뜯어보며 언박싱 과정을 꼼꼼히 디자인하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 있다. 그렇다면 카드를 신청하고 나서 받는 과정에서는 어떨까. 보통은 혜택이 빼곡하게 적힌 안내문이 가득 들어간 하얀 봉투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카드가 든 봉투를 받아든 후 정작 혜택은 읽지 않고 버리게 되는 카드 언패킹의 경험을 깨고자 카드 패키지에도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왔다. 프리미엄 카드인 퍼플과 블랙의 패키지로 카드 소재와 똑같은 금속을 선택하는가 하면 알루미늄 캔, 메탈 등 다양한 형태와 소재로 카드 패키지를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지난 7월, 현대카드는 프리미엄 카드 라인 ‘블랙the Black’, ‘퍼플the Purple’, ‘레드the Red’ 패키지를 ‘더 북the Book’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에는 말 그대로 책이다. 블랙은 비즈니스와 이노베이션, 퍼플은 디자인과 여행, 레드는 아트와 패션을 키워드로 삼아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담아냈다. 레드에는 사진작가 닉 나이트Nick Night와 구찌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푸드 디자인, 패스트 패션 등에 관한 콘텐츠를 소개했다. 퍼플에서는 모마의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의 인터뷰, 구글 스트리브 뷰로 스크린 샷 이미지를 포스팅하는 재키 제니Jacqui Jenny의 작품을 비롯해 지속 가능성과 환경을 테마로 한 디자인과 호텔을 만날 수 있으며, 블랙은 에어비앤비 창립자 조 게비아Joe Gebbia의 인터뷰, 와인 컬렉팅과 전용기 시장 등을 다루었다. 이를 통해 콘텐츠 자체로 카드 사용자의 관심사와 취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더 북 프로젝트를 진행한 현대카드 디자인랩 디자이너들은 “이번 프로젝트는 ‘컬러를 다르게 보기See Color Differently’라는 모토로 3개의 브랜드를 아우르자는 콘셉트에서 시작했다. 컬러 자체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컬러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이를 문화 콘텐츠와 이미지를 통해 풀어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모든 디자인과 레이아웃 역시 컬러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레드는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를 강조했고, 퍼플은 신비로운 컬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경험과 유연함이라는 키워드로 탈바꿈해 재질감을 통한 촉각적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블랙은 컬러 자체의 존재감보다는 화이트와의 대비를 강조했다. 카드의 혜택이나 정보를 설명하는 콘텐츠 대신 현대카드의 문화와 각각의 컬러에 대한 이야기로 페이지를 채운 방식은 간접적이지만 강력하다. 이를 통해 레드의 사용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퍼플을 사용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다. 물론 이 책이 ‘카드 패키지’임을 잊지는 않았다. 책 가운데에 경계를 두어 카드를 만나기 전 힌트 페이지를 넣었고, 다소 두꺼운 재질을 사용했다. 책을 넘기다가 카드가 삽입된 페이지가 자연스럽게 걸리면서 카드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메이드 소트Made Thought, 런던의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조너선 오픈쇼Jonathan Openshaw와 협업했다. 메이드 소트와의 협업은 현대카드가 브랜딩과 패키지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해외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한 사례다. 이들은 앞으로 현대카드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북은 점차 카드 패키지를 최소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완전히 반대 방향에 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그 방향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책의 가치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더 북은 브랜드의 지향점을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담아낸 패키지이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음미하고 탐구하는 도구, 사용자가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는 주체이자 팔로어가 될 수 있는 오브제다”라고 설명한 현대카드 디자인랩의 의도는 결과물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현대카드는 이를 통해 단순히 소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카드를 사용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낼 것을 세련되게 권한다. 자꾸 망각하게 되기에 다시 상기하지만, 그냥 책이 아니라 보통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카드 패키지를 통해 말이다. 사실 버려지는 예쁜 쓰레기가 아니라 문화적이고 지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아름다운 책이라면 그것보다 멋진 패키지가 있을까 싶다.




퍼플의 표지는 패브릭 소재에 자수로 타이틀을 새겨넣었고, 내지의 서체는 셰리프 계열을 사용해 촉각적인 느낌을 전달했다.


스펙트럼 필름 표지로 다양한 컬러 속에 빛나는 레드를 표현했다.


레드는 볼드한 서체와 화려한 컬러로 트렌디한 이미지를 강조했으며, 전 페이지를 화이트 페이지가 없는 컬러 페이지로만 구성했다.


퍼플의 카드 페이지.

현대카드 디자인랩
“더 북은 현대카드의 페르소나를 주인공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북이다.”

더 북은 카드 혜택이나 서비스에 대한 설명보다 사용자가 즐길 만한 콘텐츠와 이미지를 통해 각 컬러의 라이프스타일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다.
컬러별로 여행, 음악, 미술, 디자인 등 각각의 페르소나가 소비할 법한 문화를 담고 싶었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와 현대카드 관련 콘텐츠를 6:4 정도의 비율로 담았다. 처음에는 카드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넣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카드 패키지라는 본래의 역할을 놓칠 수는 없었기에 중간 페이지에 카드를 넣고, 카드 관련 정보보다는 현대카드의 문화와 그동안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부분은 딱 16쪽으로만 구성했다.

아이디어 구현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퍼플의 경우 천 소재에 자수를 넣는 표지 작업이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었기에 구현이 쉽지는 않았다. 레드의 표지 역시 스펙트럼 필름을 일찌감치 점찍었는데 인쇄가 가능한 선에서 원하는 두께와 컬러 조합을 위해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쳤다. 특히 레드는 내지를 화이트 페이지 없이 다양한 컬러 페이지로만 구성했다. 잡지의 화보 페이지에 많이 사용되는 유광지도 생각했지만 현대카드의 레드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최종적으로 무광지를 선택했다.

블랙은 우주에서 가장 까만 블랙으로 불리는 반타 블랙vanta black을 연상케 할 만큼 까맣다. 인쇄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 반타블랙 소재를 인쇄가 가능한 형태로 구현해보려고도 했지만 불가능했다. 인쇄 역시 쉽지 않았다. 블랙을 이용해 그림자 표현을 해야 했기에 전부 이미지를 반전시켜 인쇄했다. 블랙 컬러를 테스트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고, 화이트와의 대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화이트 농도 테스트도 따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인쇄를 해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적합한 국내 인쇄소를 찾아냈다.

패키지 리뉴얼과 함께 카드 디자인도 새롭게 선보였다.
새로운 카드는 어떤 특징이 있나? 카드 소재를 두랄루민으로 바꿨다. 두랄루민은 항공, 우주 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 등에도 사용되며 발색력과 내구성이 좋고 새로운 기술 접목이 용이한 소재다. 또한 전 라인을 세로 형태로 바꾸었다. 비자, 마스터 등과의 협업을 포함해 많은 조율이 필요했지만 이 역시 최근 결제 방식의 변화에 따라 완전히 다른 카드 경험을 전달한다.

카드 디자인을 포함해 패키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카드의 정체성이 컬러이다 보니 내부에서 공감하는 컬러 이미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현대카드의 블랙’에 대한 인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드를 사용하는 페르소나를 찾고,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키워드와 이미지로 표현하는 사전 이미지 보드 작업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레드의 경우 레드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사이버 모델로 활동하는 릴 미쿠엘라Lil Miquela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면서 이슈를 만드는 에너제틱한 사람을 떠올리고, 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어떤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지 등을 설정한다. 블랙의 사용자는 바쁘고 시간이 부족한 오피니언 리더로, 고급 정보를 원하고 시대의 흐름을 발 빠르게 찾고자 하는 사람으로 설정한다. 퍼플은 자신의 취향을 찾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이미지나 키워드를 공유하면 좀 더 빠른 접점을 찾게 되고 방향성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메이드 소트와 협업하게 된 배경은?
현대카드는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속적으로 협업하려고 한다. 이는 우리와 다른 시각의 크리에이티브를 얻기 위한 방법이다. 메이드 소트는 디테일에 뛰어난 스튜디오다. 특히 레이저 프린팅이나 커팅 등을 통해 책을 실험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한번 관계를 맺은 클라이언트와 오랜 기간 프로젝트를 지속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서체나 레이아웃 등의 측면에서 현대카드 디자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프로젝트를 내부에서만 진행했다면 유앤아이 서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다.(웃음)

책 형태의 패키지를 계속 선보일 계획인가?
이번 시리즈가 더 북의 01 버전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바는 없다. 하지만 브랜드와 함께 사용자가 공감하는 대상이나 추구하는 방향도 변하는만큼 그에 따라 책도 진화 하리라 본다.

 

 

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사진 현대카드 제공



[출처] 월간 디자인 Design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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